"내 인생은 망했다, 너희는 탈조선해라"
지난 주말, 문득 SNS에서 이국종 교수의 발언이 담긴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은 망했다. 너희는 탈조선해라."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가 의료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남긴 조언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순간, 단순한 푸념으로 치부하려 했지만, 그의 깊은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에서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현장에서 온갖 난관과 싸워온 의사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이국종 교수의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왜 우리는 외상외과 의사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지난 여름, 저는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를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습니다. 응급실은 환자들로 북적였고, 의료진들은 종종걸음으로 환자들 사이를 오갔습니다. 3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친구는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제게 의문을 남겼습니다. '만약 생사를 다투는 중증 환자였다면 어땠을까?'
대한민국의 중증외상 의료체계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의 발언은 이러한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히 한 의사의 불만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싸워온 전문가의 절박한 외침인 것입니다.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고비용과 저수익의 악순환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부재입니다. 중증외상센터는 24시간 365일 가동되어야 하며, 고가의 의료장비와 다양한 전문의가 항상 대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수익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한외상학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권역외상센터의 평균 적자는 연간 약 2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병원 경영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결국 이러한 경제적 압박은 인력 충원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의료 질 저하와 의료진 소진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얼마 전 취재한 A 권역외상센터의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해 한 명이 두 명 몫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야간 근무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의료진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외과의사는 하지 않겠다": 의료진의 처우와 소진
이국종 교수가 "다시 태어나도 외과의사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에는 의료진의 열악한 처우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외상외과는 24시간 긴급 수술 대기, 높은 스트레스, 환자 사망에 따른 정신적 부담 등 강도 높은 업무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2024년 대한의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외상외과 전문의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80시간을 넘지만, 수입은 타 전문과목에 비해 20-30%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끊임없는 응급 상황 대응으로 인한 소진(번아웃)은 의사들이 이 분야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 은퇴를 결정한 B 외상센터의 외과 전문의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10년 동안 주말이나 휴가 없이 일했어요.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못 봤죠. 응급실에서 환자를 살리는 보람은 컸지만, 결국 제 건강과 가족을 위해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결국 인재 유출로 이어지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이송 시스템의 현실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중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환자 이송 시스템의 미비입니다. 외상 환자의 생존율은 부상 후 1시간 내 적절한 치료를 받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른바 '골든타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중증외상 환자의 41%만이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도서산간 지역은 그 비율이 더 낮아 25%에 불과합니다. 이는 OECD 평균인 7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작년 겨울,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까지의 거리, 헬기 착륙장의 부재, 야간 비행 제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는 지역 간 의료 불평등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산은 있는데 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
정부는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지원해왔고,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요?
문제는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에 있습니다. 감사원의 2023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상센터 지원 예산 중 약 30%가 불용되거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물 신축이나 장비 구입 등 하드웨어에는 예산이 집중되지만, 정작 인력 유지와 처우 개선 같은 소프트웨어에는 예산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가 만난 C 외상센터의 행정책임자는 "최신 CT 장비는 들여왔지만, 이를 운영할 전문 인력은 구하지 못해 애물단지가 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예산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의료수가의 현실화입니다. 중증외상 치료의 특성을 반영한 적정 수가체계를 도입하여 외상센터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도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외상 수술과 처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강화입니다. 외상외과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등 필수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적절한 보상과 경력개발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부터 외상의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셋째, 응급 이송 시스템의 개선입니다. 닥터헬기의 증편과 야간 운항 확대, 지역 간 환자 이송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골든타임 내 치료율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의료취약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송체계 강화가 시급합니다.
넷째,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 확보입니다. 현장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력 유지와 처우 개선에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성과평가 체계를 개선하여 단순한 환자 수나 수술 건수가 아닌, 환자 예후와 의료 질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지난 9월, 저는 세계적인 외상센터로 알려진 독일의 마인츠 대학병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본 의료진들의 여유 있는 근무 환경과 체계적인 외상 치료 시스템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환자 한 명당 담당 의료진이 충분히 배정되어 있었고, 외상 전문의의 사회적 위상도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외상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었습니다. "외상 치료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라는 인식이 병원 내외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국종 교수의 "내 인생은 망했다"는 발언은 단순한 푸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절박한 외침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몇몇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응급의료 수준은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증외상 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습니다. 이는 우리가 더 나아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오늘 이 글을 통해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이 문제는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제든 우리 모두가 환자가 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외상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개선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입니다.
이국종 교수의 "탈조선하라"는 조언이 더 이상 젊은 의료인들에게 유일한 대안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신, 우리 사회가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시스템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글을 읽고 난 후, 우리나라의 중증외상 의료체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 변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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